싸우지 않는 것도 작전이다
기원전 218년,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들어왔습니다. 로마군은 맞붙는 족족 졌습니다.
이듬해 트라시메네 호수에서 또 한 번 크게 지자 로마는 비상 조치를 택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큰 권한을 몰아주는 독재관 자리에 파비우스를 앉힌 것입니다.
그가 택한 방법은 뜻밖이었습니다. 싸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한니발의 군대를 멀찍이 따라다녔습니다.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아 기습을 막고, 보급을 끊고, 뒤처진 부대만 노렸습니다. 한니발이 싸움을 걸어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로마 사람들은 화가 났습니다. 적이 자기들 땅을 짓밟는데 장군이 구경만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에게 굼벵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임기가 끝나자 로마는 다시 정면으로 맞붙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가 기원전 216년 칸나이 전투입니다. 로마군은 포위당해 하루 만에 무너졌습니다.
그 뒤 로마는 파비우스의 방식으로 돌아갔습니다. 한니발은 이탈리아에 오래 머물렀지만 로마를 무너뜨리지 못했고, 결국 본국으로 불려 갔습니다.
이기지 않고 지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오늘날 정면 충돌을 피하며 시간을 버는 전략을 그의 이름을 따 부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사람들의 조바심을 견뎌야 쓸 수 있습니다.